정치 사회

현역 의원 하나 없이 대통령을 배출해버린 학교..尹모교 충암중고-대광초 인수위 인맥은?

감투봉 2022. 4. 9. 20:44

현역 의원 하나 없이 대통령을 배출해버린 학교..尹모교 충암중고-대광초 인수위 인맥은?

 
 
박훈상 기자 입력 2022. 04. 09. 03:02 수정 2022. 04. 09. 11:52

 

[위클리 리포트]
'충암고' 김용현-이상민, 尹가까이.. 인수위-비서실 6명 포진
'대광초' 김성한, 외교 브레인.. 박도준-한승한 주치의 물망
야구로 똘똘 뭉친 충암고 동문들.. 동기생 150명 대광초 학연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고교 입구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총동문회와 학교에서 걸어둔 것. 윤 당선인은 충암중, 충암고를 졸업했다. 충암고 총동문회 관계자는 “충암 동문은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 원칙에 따라 국가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충암고 출신 유명 프로야구 선수 10명 이름은 곧바로 댈 수 있어요. 그런데 현역 국회의원 하나 없는 학교가 학맥으로 주목받는 것은 좀….”

‘윤석열 정부’ 출범 준비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충암고 출신 A 씨는 “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활용해 새 정부가 잘 출범하는 데만 집중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충암고 사람들’이 활약하는 이유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학연보다 각자 가진 전문성에서 찾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대통령의 출신 학교 학맥이 부각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선 경남고-경희대, 박근혜 정부에선 서강대, 이명박 정부에선 동지상고-고려대가 떠올랐다. 반대로 정부가 실책을 거듭하면 지나친 학맥·측근 인사 탓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이번에는 윤 당선인이 졸업한 대광초, 충암중, 충암고가 스포트라이트 무대에 세워졌다.
○ ‘응암 언덕’ 야구로 맺어진 충암 사람들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응암 언덕’에 자리한 충암고는 전통적으로 야구, 바둑과 연예계 걸출한 인사들의 모교로 이름을 알렸다. 이런 충암고가 서울지역 남자 고등학교 최초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높은 관심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윤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고 알려진 충암고 출신 금융계 인사들의 모임 ‘충여회’가 17년 만에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충암고 동문은 ‘충암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야구를 뽑았다. 1970년 창단한 충암고 야구부는 야구 명문 중 하나다. 윤 당선인도 지난해 9월 충암고를 찾아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이튼스쿨 축구장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우리 충암 동문들의 사회 맹활약도 충암고 야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암고 동문 술자리에선 마지막에 꼭 응원가를 부르고, 윤 당선인도 응원가를 지금도 외운다고 한다.

이른바 새 정부 핵심으로 꼽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당선인 비서실엔 충암고 출신이 6명 합류했다. 전체 인수위 규모는 180여 명이다. 특히 윤 당선인이 고교 2학년 때인 1977년 충암고는 야구부 창단 7년 만에 첫 전국대회 우승을 거뒀다. 인수위에는 이때의 강렬한 희열을 생생히 추억하는 충암고 출신이 주요 포스트에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 당선인(8회)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다. 김 전 본부장은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경호경비팀장을 맡아 ‘용산 시대’ 개막을 주도하고 있다.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낸 김 전 본부장은 대선 기간 선거대책본부에서 안보정책을 총괄했고, 새 정부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 당선인과 김 전 본부장은 고교 시절 서로의 존재를 알았고, 사회에서도 연락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을 아는 충암고 출신 B 씨는 “학도호국단장 출신의 애교심이 각별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윤 당선인의 충암고 동기인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3일 방미한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에 합류했다. 정 교수는 윤 당선인과 각별한 충암고-서울대 법대 출신들과 함께 문과 출신 모임을 오랜 기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충암고 동문 사이에서도 충암고-서울대 법대 라인이 윤 당선인과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계보를 잇는 이상민 변호사(12회·사법연수원 18기)는 인수위 대외협력특보로 활약 중이다. 이 변호사는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윤 당선인 대선 캠프 때부터 측근에서 보좌했다.

전국 우승을 경험한 충암고 동문은 “야구가 전국대회 4강 이상 오르면 지금은 철거된 동대문운동장에서 응암동 학교까지 교가와 응원가를 부르며 거리 행진을 했고, 여기에 모인 선배들과 끈끈하게 교류했다”며 “특히 첫 전국 우승을 기록한 7∼9회 졸업생은 더 딴딴하게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충암고 동문회 “음지에서 당선인 도울 것”

각 정부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충암고 출신들도 전문·실무위원으로 인수위에 파견됐다. 충암고 16회 졸업생인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 이 정책관은 20년 이상 과학기술 행정을 담당한 전문가다. 같은 16회 졸업생인 안성식 해양경찰청 형사과장(사법연수원 37기)은 경제2분과 실무위원으로 합류했다. 사법시험 특채로 해경 제복을 입은 안 과장은 해경 출신으로 처음 인수위에 합류한 기록을 세웠다. 2011년에 서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순직한 해경 이청호 경사 사건 등을 수사한 수사통이다.

국회에선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실무위원으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실 최연우 보좌관(31회)이 발탁됐다. 최 보좌관은 인수위 청년소통 TF 간사를 맡아 청년 관련 국정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이들 전문·실무위원으로 합류한 충암고 출신들은 윤 당선인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동문 사이에선 ‘선배 중 윤석열 검사가 있는데 정의롭고 애교심이 넘치는 분’이라고 윤 당선인이 널리 회자됐다고 한다. 이들을 잘 아는 충암고 졸업생 C 씨는 “각 분야에 훌륭한 충암고 출신이 많지만, 실력이 없는데 맹목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야구가 이은 끈끈함은 타 학교에 지지 않지만 일단 사회에선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충암고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충암고 총동문회 핵심 관계자도 “충암 동문은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 원칙에 따라 국가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랄 뿐”이라며 “뒤에서, 음지에서 윤 당선인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선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윤석열 동문을 사랑하는 충암인 모임’(윤충모)이 서울 강남역에 모여 ‘교가 응원전’을 펼친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 대광초 오랜 지기가 주치의도 맡나

윤 당선인의 대광초 동문 3명도 인수위에 합류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윤 당선인과 잘 알던 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자리 잡은 대광초는 1966년 개교한 사립학교다. 윤 당선인 재학 시절 한 학년에 3개 반, 150명 정도의 소규모 학교라 입학부터 졸업까지 함께 다닌 친구끼리는 집안의 소소한 사정도 잘 알 정도였다고 한다.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윤 당선인의 50년 지기다.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분야 ‘과외교사’로 꼽히며 새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밑그림을 주도하는 핵심 실세다. “외교안보 분야 모든 일은 김 전 차관을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김 전 차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대광초 1년 후배인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 TF 팀장으로 인수위에 합류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아들인 고 회장은 대선 캠프 합류 직후 “어려서부터 친분이 있는 윤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권유를 받아 선대위에 합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2분과 인수위원인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의 대광초 2년 후배다. 대선 기간에는 새시대준비위원회 공약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어린 시절에 윤 당선인을 별명인 ‘돌돌이’(석열의 ‘석’에서 따온 별명)라 불렀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새 대통령 주치의 인선을 놓고도 윤 당선인의 대광초 친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가기밀인 대통령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야 하기에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도 인선 기준 중 하나다. 박도준 서울대 의대 교수, 한승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윤 당선인의 대광초 동기들이다. 국립보건연구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내과 전문의, 한 교수는 안과 전문의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는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이 가장 많았다. 비상근인 대통령 주치의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차관급 예우를 받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에 동행한다.

대광초, 충암고 출신들은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의 학창 시절 미담을 공개하고, 유세 현장을 찾아 응원가를 부르며 윤 당선인을 적극 도왔다. 그만큼 대광초, 충암고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대선 승리 후엔 동문 사이에서 조심 또 조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외부에선 역대 정부에서처럼 당선인의 학맥이 ‘신흥 권력’의 핵심축이 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이 한번 맺은 인연과 의리를 강조하는 스타일이지만 이젠 통합·협치·탕평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할 대통령이 됐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며 “윤 당선인의 학맥이 실력으로 인선 이유를 입증해야 윤 당선인의 인재풀이 좁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암고 바둑-야구로 유명… 이창호-조범현이 동문, 대광초 1966년 문 연 사립… 수업료 비싸도 경쟁 치열


尹 졸업한 충암고-대광초는 어떤 곳?

尹, 검찰총장 임명때 은사에 문자… “선생님 가르침대로 했을 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졸업한 서울 성북구 대광초와 은평구 충암중고교는 윤 당선인 재학 시절에 ‘신흥 사학’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1966년 사립으로 개교한 대광초 4회(1973년) 졸업생이다. 지금도 서울 사립초는 입학 경쟁률이 높지만 윤 당선인 입학 때도 만만치 않았다. 수업료를 전액 자비 부담해야 했지만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윤 당선인의 초교 5, 6학년 담임교사로 대광초 교장을 지내고 퇴임한 이승우 씨는 “입학 추첨 전날 학교 정문 앞에 학부모들이 자리를 깔아놓고 갔다가 다음 날 통행금지가 해제되면 다시 왔을 정도”라며 “추첨 현장에서 떨어진 엄마들이 우는 일도 많았다”고 전했다.

대광초 건학 이념은 ‘하나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경천애인’.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나는 학교’로 통했다. 교사들은 매일 아침 조회 때 기도하고, 교실로 가서 학생들과 수업 시작 전과 식사 때, 수업 끝날 때 기도했다. 대광초는 지금도 양로원 위문 봉사활동 등 인성 교육을 강조한다. 이 씨는 “윤 당선인이 어린이회에서 늘 ‘질서를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발언을 하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1979년 8회로 졸업한 충암고는 당시 대학 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로 유명했다. 그만큼 학생들을 강도 높게 가르쳤다는 뜻이다.

충암고는 야구와 바둑으로도 유명하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도중 대통령배와 청룡기 2관왕을 달성한 후배 야구 선수들을 축하하기 위해 모교를 찾았다. 야구부 유니폼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하던 윤 당선인은 야구부 주장이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면 청와대로 초대해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물론이다”고 답했다. 충암고 출신 야구인으로는 조범현 전 KT 감독, 류지현 LG 감독 등이 있다. 바둑인으로는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등이 충암고를 졸업했다.

윤 당선인이 졸업한 각 학교와 동문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그동안 동문회 행사나 후배 대상 강연 등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창 시절 친구와 은사 등과는 꾸준히 교류해 왔다는 전언이다. 대광초 은사인 이 씨는 “지금까지도 (윤 당선인과 같이 졸업한) 친구들과 가끔 모임을 하고 보통 관계가 아니다”라며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됐을 때는 ‘선생님 가르침대로 했더니 여기까지 왔다’고 문자메시지가 왔었고, 대통령 당선 때는 축하한다고 문자 하니 ‘깊이 감사드린다’는 답이 왔다”고 전했다.

각 학교 동문회는 윤 당선인 당선을 환영하고 있다. 대광초와 충암고에는 모두 동문회가 만든 당선 축하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진원 충암고 동문회 사무총장은 “‘충암이 낳은 대한민국의 윤석열’을 주제로 동문회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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