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울산선거 개입’ 재판 판사, 진술 바꾼 경찰에 위증 경고했다

‘靑 울산선거 개입’ 재판 판사, 진술 바꾼 경찰에 위증 경고했다

 

황운하에 불리한 진술한 경찰관계자, 법정서는 ‘기억 안나’ 반복
재판부 “몇 년을 일했는데 기억 안나나”

양은경 기자

입력 2022.04.18 18:23 | 수정 2022.04.18 18:23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재판 피고인들

 

“증인, 몇 년을 일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청와대의 울산 선거개입’ 재판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법정. 증인으로 나온 경찰 손모씨를 신문하던 재판부의 목소리가 커졌다. 손씨가 ‘기억 안난다’는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했던 손씨는 ‘하명 수사’의 핵심 증인이다. 검찰은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청와대 첩보에 따라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을 수사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김 의원 주변 인물에 대한 첩보는 경찰청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내려갔다. 손씨는 검찰에서 “울산지방경찰청 양모 경위가 첩보 출처를 물어봤고, 그래서 양 경위에게 BH(청와대)라고 알려 줬다”고 진술했고 이 진술은 ‘하명수사’ 공소사실 구성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18일 재판에서 증인석에 선 손씨는 “양모 경위가 첩보 출처를 문의한 적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양모 경위에게 출처가 BH라고 알려줬다’고 한 그의 과거 진술을 제시했다. 하지만 손씨는 “그땐 그렇게 기억했다”면서도 “지금은 (당시 상황이)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진 재판부 신문에서 재판장인 김상연 부장판사, 김정곤 부장판사가 ‘첩보 출처가 청와대라는 것을 그때는(검찰 신문 때는)알았다는 것 아니냐’ ‘(사건)대장에는 왜 출처가 안 적혀 있느냐’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범죄 첩보를 (일선에) 제공한 적 있느냐’고 고 물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그러자 김정곤 부장판사가 “몇 년을 일했는데 기억 안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역정을 내며 “기억나면서 나지 않는다는 것도 위증이다. 정확히 말하라”고 했다. 이에 손씨는 “검찰 진술은 사실대로 말씀드린 거고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없어져서 (그렇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검찰 조사 때 압박을 받았거나 허위진술 동기는 없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했고, 손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에서 핵심 진술을 한 손씨가 자신의 진술이 유죄 증거로 쓰이는 게 부담스러워서 ‘기억이 없다’는 말을 반복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손씨의 검찰 진술은 강압상태가 없었으며 말한 대로 기재된 사실이 인정되면 증거로 쓸 수 있다.

‘청와대의 울산 선거개입’ 사건은 2020년 1월 기소됐다. 하지만 당시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가 1년 3개월간 공판준비기일만 진행하면서 재판이 늦어졌고, 현재까지 1심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