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국회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면 보고를) 일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도 하고, 한 번도 못 뵙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2013년 8월부터 1년 반 동안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얼굴을 본 날보다 못 본 날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김 전 실장은 전임자나 후임자보다는 훨씬 더 자주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하는 이 놀라운 이야기에 말문이 막힌다.
국민은 대통령이 아침에 본관 집무실에서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대통령 아닌 모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 9년 3개월간 박정희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정렴씨는 매일 아침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후 "대통령이 등청(登廳)하는 즉시 구두 보고했다"고 회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 상식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최순실씨와 '문고리 3인방'은 예외였다. 지난 7월까지 청와대 관저 식당에서 일했던 조리장에 따르면 현 정부 초기엔 최씨가 일요일마다 청와대 관저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3인방과 회의하고 밥까지 먹고 갔다. 최씨가 추천하는 사람이 장관 차관 수석이 되고, 최씨가 국무회의 일정도 바꾸고 연설문도 고쳤다. 800억원 가까이 모은 재단도 최씨에게 맡겼다.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무슨 투약, 시술, 머리 손질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정을 어떻게 끌어왔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일주일에 한 번도 비서실장을 만나지 않으면서 이 작지 않은 나라를 이끌었느냐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언제나 존재감 없었던 내각과 지금의 이 경제·안보 위기 아니냐는 것이다. "최순실씨와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級)" "최순실·박근혜 공동 정권"이라는 청문회 증언을 과장이라고 넘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납득 못 할 행태에 대해선 임기 초부터 각계와 언론에서 많은 비판, 고언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전부 묵살했다. 탄핵안 표결이 실시되는 오늘,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참담한 의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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