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총회 회의록 허위로 만들라 했다"는 진술도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문창석 기자,윤수희 기자 =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 등 3명의 첫 재판이 열린 5일 검찰 측이 최씨 등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무더기로 제시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두 재단은 불과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설립허가 결재가 떨어졌으며 롯데 측은 청와대의 지시로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출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 측은 증거를 제시하며 미르·K스포츠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선 검찰 측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두 재단 설립 허가과정을 보여주는 서류를 제출했다. 이 서류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신청 후 설립허가까지 걸린 시간은 만 하루가 채 되지 않았다.
특히 검찰 측은 미르재단 결재정보를 제시하면서 "미르재단의 경우 2015년 10월 26일 저녁 8시7분 50초에 재단 설립허가가 기안되고 그날 과장급의 결재가 이뤄졌다"며 "다음날 아침 9시36분까지 만 하루도 안 돼 결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두 재단에 대한 기업의 자금출연 과정 역시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 측은 미르재단 소속 팀장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이 사람의 진술 취지는 미르재단에서 출연금 납부공문을 기업에 발송했는데 납부기한이 다음날인데 기업들로부터 아무런 항의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 과장을 통해 (K스포츠재단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사람은 2015년 10월 22일 청와대 회의에서 재단 관련 지시를 최초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창립총회 회의록은 형식적으로 만들어도 된다, 허위로 만들라는 것은 청와대 회의에서 직접 지시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김형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처음 조사받을 당시에는 광고감독 차은택씨(48·구속기소)로부터 취임 제의를 받았고 전경련을 통해 취임했다고 진술했다"며 "그런데 두번째부터는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취임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강조했다.
또 두 재단 자금출연을 둘러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직원들의 검찰 진술내용도 공개했다.
검찰 측은 한 직원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미르재단 설립 당시) 10대 그룹을 모아놓고도 전경련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짜집기해서 계획문서를 만들고 재단을 설립하자고 한 것"이라며 "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자금출연 경위를 입증할 증거 역시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 측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이석환 상무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기부금을 출연한지 얼마 안됐는데 더 큰 금액(75억원)을 또 기부하느냐는 생각이 있었고 깎아보려고 했다"며 "그런데 청와대가 만든 재단이라 반대가 어렵고 75억원도 청와대와 관련 있다는 생각에 반대하지 못했다, 이인원 부회장 등 고위급에게 말한 걸 보면 청와대의 요구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봐도 사업이 엉망이었다, 그런데 이인원 부회장은 자금출연 제안에 대해 협상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인원 부회장은 돈은 돈대로 대주고 욕만 먹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여럿 제시됐다.
검찰 측은 2014년 4월 무렵 작성된 국토해양부 관련 문건을 제시하면서 "최씨는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하기 위해 포스코 본사와 핫라인 개설을 시도했다"며 "최씨 의상실에 있던 자료를 보면 포스코 임원 변동 내역, 포스코 내부 조직도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추천인 약력명단, 이탈리아 해외순방 일정표 등 최씨 의상실에 있던 문건 여러 개를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 측은 메모지 하나를 공개하면서 "최순실 주거지에서 발견된 메모지"라며 "유력 정치인 다수가 기재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검찰 측은 안 전 수석의 증거인멸 시도를 보여주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문자 내역이나 안 전 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통화내용도 법정에서 공개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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