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굿바이, 오바마

감투봉 2017. 1. 12. 11:43

입력 : 2017.01.12 03:04

[오늘의 세상]

그의 마지막 연설, 민주주의 위한 기도였다
"싸우고 다퉈도 결국 화해의 길 찾았다. 서로 달라도 하나로 함께 일어서는 것… 그게 민주주의"

지지자 2만여명 "4년 더!"
오바마 "난 더 못해요" 미소

- 8년 전처럼 "Yes We Can"
"평범한 사람들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 할 수 있다 깨달아… 바이든 부통령은 내 형님"
미셸 여사 언급하며 눈물 글썽

"민주주의 역사는 항상 어려웠습니다. 때론 피를 흘리고, 두 걸음 앞으로 나간 뒤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는 것으로 진보해 왔습니다."

10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은 민주주의를 위한 한 편의 기도문이었다.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정계에 진출했고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도 시카고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정치적 고향'에서 작별 인사를 한 것이다.

[우리도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싶다] 오바마 고별연설… 70번 기립박수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시카고의 매코믹 플레이스 컨벤션센터에서 고별 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와 청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청중들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도중 70번 이상 기립 박수를 보냈고, “4년더!”라고 외치는 등 그의 퇴임을 아쉬워 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5%에 달했다. /AFP연합뉴스
이날 빨간 무대에 파란 연단, 미국 국기로 장식된 소박한 무대 주위로는 2만명이 넘는 지지자가 모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하자 모두 기립 박수를 치며 "오바마"를 연호했다. 그만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에도 박수가 계속되자 대통령은 "아무도 나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을 보니 레임덕이 맞군요"라고 농담을 했다. "4년 더!"라는 외침엔 손을 들어 "난 더 못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 열흘 뒤면 (정권이 바뀌어) 세계는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하자 청중이 "우~" 하고 야유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오바마는 수차례 "틀렸다(No)!"고 말한 뒤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라면서 "부시 대통령이 제게 그랬듯이 가능한 한 가장 부드럽게 트럼프 당선인에게 넘길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날 그의 연설은 대선으로 갈라진 미국을 하나로 모으려는 외침이었다. 오바마는 "우리 선조들은 싸우고 다투면서도 결국 화해의 길을 찾았다. 서로 다른 차이가 하나로 모여 우리가 함께 일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삶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확신이 있다"며 "우리는 민주주의란 도구를 통해 좀 더 완벽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설 도중 70번 이상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재임 중 테러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삶이 위협받는 것은 군대가 약해졌을 때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겁에 질렸을 때"라면서 "우리의 (민주주의) 가치가 약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가 무슬림 차별에 반대하고, 고문을 금지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적이 수없이 많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오바마케어(전 국민 의료보험)' 등 자신의 업적도 방어했다. 그는 "(재임 중) 의료비는 지난 50년 사이 가장 적게 올랐고, 추가로 2000만명의 국민이 적은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미국이 8년 전의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고, 역대 가장 오랜 기간 새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는 점 등도 언급했다.

그는 부인 미셸 여사에 대해 "원하지도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닌 역할을 25년간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리고 훌륭한 유머를 갖고서 해줬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글썽였다. "당신은 백악관을 모든 사람의 장소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는 "그를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내 첫 번째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내 형님'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내내 청중을 '나의 동료 국민 여러분'이라고 불렀고 시민의 권리를 강조했다.

끝부분에서는 "대통령으로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한다"면서 "여러분의 변화 능력을 믿어라.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고 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가 처음 내건 구호이다.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마지막 기도문은 "신께서 당신을 축복하고, 미국을 앞으로도 축복하시길"로 끝났다.

이날 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갈라진 미국의 다리가 되려고 했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의 연설은 민주주의에 대한 놀라운 헌사였다"고 썼다.
[인물정보]
오바마의 고별연설… 70번 기립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