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단독] 여기가 국정농단 현장…2030서 유행하는 `순실투어`

감투봉 2017. 1. 12. 19:48
■ 미승빌딩·더블루K사무실 등 돌며 인증샷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딩 앞. 이 건물을 기웃기웃 넘겨다보는 두 학생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전 모씨(28·연세대)와 김 모씨(여·25·중앙대)는 "여기가 맞나"라고 말하며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봤다. 추운 날씨에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학생들은 "여기 맞는 것 같아. 한번 들어가보자"라고 말하며 건물 안으로 향했다. 이들이 찾은 곳은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가 발견된 '더블루K(The Blue K)' 사무실이 있던 건물이다.

최순실 태블릿PC는 비선실세였던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국정농단 의혹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판도라의 상자'다.

건물 4층 사무실로 올라가니 뉴스에서 접했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유리문에 투명하게 새겨진 'The Blue K' 상호가 보였다. 그 사이로 태블릿PC가 발견되었다는 낡은 갈색 책상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두 학생은 덩그러니 책상만 놓여 있는 사무실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냈다. 사무실 밖에서 한참 책상을 바라보던 전씨는 "평소 활동하던 인터넷 역사 커뮤니티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관된 장소들을 정리한 글을 보고 찾아왔다"며 "뉴스에서만 보던 일들이 정말 내 삶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이곳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거들었다.

최근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일부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현장투어'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일부 온라인카페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최순실 현장투어가 청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투어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다. 이들은 '최순실 건물'로 불리는 신사동 미승빌딩과 더블루K 사무실, 미르·K스포츠재단 사무실 등을 순차적으로 탐방하면서 '인증사진'을 찍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자신이 느낀 감정을 짧은 글로 남긴다.

최순실 현장투어는 온라인에서 '초보작가'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역사 저술가 한종수 씨가 처음 제안했다. 역사 커뮤니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장소들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코스를 정리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최순실 현장투어 중인 대학생들.
한씨는 "코스를 순차적으로 돌아보면 방대하고 거미줄처럼 엮인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일련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현장투어는 크게 3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압구정~청담 코스 △강남~역삼 코스 △논현동 코스다. 투어의 '중심'은 최씨의 거주지인 압구정동 '미승빌딩'이 포함된 압구정~청담 코스다.

이 코스는 크게 '압구정 현대아파트→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미승빌딩→청담고등학교→옛 빌로밀로 사무실→차움의원'을 지난다. 총 4.1㎞ 거리이며 도보로는 1시간~1시간30분이 걸리는 코스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거주지이며,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21)에게 특혜 대출을 해줬다고 의심을 받았던 은행 지점이다. 청담고등학교는 정씨가 다녔던 고등학교다. 차움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진료를 받았던 병원이다.

강남~역삼 코스는 강남역 삼성그룹 본사에서 시작해, 역삼동에 위치한 '우병우·넥슨 부동산'을 거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삼동 사무소, 포스코센터 동관 포레카 등을 순회하는 코스로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논현동 코스는 차은택 씨(48·구속기소)가 운영했던 아프리카픽쳐스와 미르재단, 최씨가 운영한 카페 '테스타로싸', K스포츠재단을 거쳐 박 대통령 삼성동 자택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서태욱 기자 /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