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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와 평가전 無' 한국야구, 오만함이 KBO리그 민낯을 드러냈다 [ST스페셜]

감투봉 2021. 8. 7. 23:00

'다른 국가와 평가전 無' 한국야구, 오만함이 KBO리그 민낯을 드러냈다 [ST스페셜]

이정철 기자 입력 2021. 08. 07. 19:22

 

 

김경문 감독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디펜딩챔피언' 한국이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오후 12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6-10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4위를 머물렀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디펜딩챔피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게 됐다.

이번 대회는 전원 KBO리그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은 물론, 대다수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도미니카에게 연거푸 무너지며 KBO리그에 현 주소를 나타냈다.

KBO리그는 최근 수년간 투수 부족 현상을 나타냈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 투수들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을 쳤다. 이에 외국인투수 원,투펀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최고의 투수진을 구축했던 2019시즌의 SK 와이번스가 외국인 투수 농사를 망치자, 2020시즌 9위로 추락한 것이 그 예이다.

리그에서 수준급 국내 투수들도 전체적인 구속이 떨어졌다. 150km는 물론, 160km 전,후의 구속을 보유한 선수들이 많은 외국 리그와 달리 KBO리그는 140km 중,후반대의 구속도 희귀했다.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 경쟁력이 타 리그를 압도하기는 커녕 한참 뒤져 있었다.

타자들은 떨어지는 투수들의 구위를 상대로 좋은 성과를 냈지만 이것이 국제대회에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150km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의 타이밍을 쳐본 경험이 극히 적었던 탓이었다.

양의지 / 사진=Gettyimages 제공


결국 KBO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한국 대표팀의 타자들은 대다수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침묵을 지켰다. 새로운 투수를 만난 '낯설음', 타격 컨디션이 떨어진 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구속 차이에서 오는 한계도 분명했다. 타자들의 타이밍이 전체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여러번 나타냈다.

140km 중,후반의 투수들도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더구나 우리 투수들은 좌,우로 넓었던 이번 도쿄올림픽 스트라이크 존을 구석구석 활요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구위도 떨어지는 데, 국제대회의 특성도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KBO리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KBO와 한국 야구대표팀은 안일했다. KBO리그의 경쟁력을 과신하며 선수들을 뽑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 속에 '메달은 딸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 결과 다른 나라와의 평가전 등 기본적인 대표팀의 경쟁력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금메달을 따냈던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한국은 쿠바와 평가전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쿠바의 강력한 송구를 경험하며 상대 특성을 파악했다. 또한 쿠바 투수들의 빠른 공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현 주소를 파악하고 국제용 선수를 추려내며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현재, KBO와 한국 야구대표팀은 자신의 경쟁력을 과신한 채 평가전을 다른 나라 대신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상무로 대신했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평가전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프랑스 등 평가전을 치른 것과 대비됐다. 결국 KBO리그에 민낯은 평가전이 아닌 본 게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KBO와 한국 야구대표팀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채 '우물 안 개구리' 행보를 보여줬다. 돌아온 것은 노메달 수모였다. '요코하마 참사'를 겪은 한국 야구대표팀과 KBO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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