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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날갯짓’이 부른 604억… 연이은 낙수효과 누린 외야 FA

감투봉 2021. 12. 25. 13:10

‘호랑이 날갯짓’이 부른 604억… 연이은 낙수효과 누린 외야 FA

 

 

  • 나성범(왼쪽)과 손아섭.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KIA 타이거즈의 전력 보강을 위한 투자 한 방이 많은 것을 바꿨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24일 FA(자유계약선수) 외야수 손아섭(33)과 4년간 최대 총액 64억원(계약금 26억원, 연봉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손아섭은 지난 2018년 롯데 자이언츠와 4년 9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맞이한 두 번째 FA에서도 4년 64억원에 계약을 완료하면서 누적 금액 최대 162억원을 달성했다. 이번 시장에 함께 나왔던 김현수, 강민호 등에 이어 누적 금액 역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이번 FA 시장에 나온 6명의 거물 외야수들은 모두 계약을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LG 트윈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해민(60억원)을 시작으로 박건우(두산 베어스→ NC, 100억), 김재환(두산 잔류, 115억), 김현수(LG 잔류, 115억) , 나성범(NC→ KIA, 150억)을 이어 손아섭이 마지막 문을 닫았다.

그야말로 ‘역대급’ 돈잔치다.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선수들이 남아있지만 벌써 총액 877억원을 찍었다. 이미 종전 최고액인 766억2000만원(2016년)을 돌파해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외야를 휩쓴 ‘쩐의 전쟁’이 기록을 새로 쓴 원동력이다. 역대 5번 뿐이었던 100억대 계약이 올해 외야 포지션에서만 4번 연달아 터졌다. 6명 외야수의 계약 총액을 합치면 무려 604억원에 달한다.
 

  • 왼쪽부터 박건우, 김재환, 김현수. ⓒ스포츠코리아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이름값이 애초에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정도의 돈잔치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졌다.

이 모든 상황의 시작은 호랑이 군단의 작지만 강력한 날갯짓이었다. KIA는 원소속팀 NC 잔류가 유력해보였던 나성범을 영입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역대 FA 최고액 타이’에 빛나는 총액 150억원짜리 계약으로 김종국 신임 감독에게 선물을 안겼다. KIA 타선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성범만한 카드가 없었다. 장타력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까지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외야수였기 때문.

이 영입은 거대한 연쇄작용의 시작이었다. 나성범의 계약은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KIA의 접촉이 기정사실화 되자 NC가 움직였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은 허무함은 온데간데 없이 기민한 움직임으로 두산 외야수 박건우 카드를 100억원에 챙겼다. 이에 더이상의 출혈을 지켜볼 수 없는 두산은 ‘4번 타자’ 김재환에게 115억원을 안겼고, 이에 질세라 LG도 ‘캡틴’ 김현수를 지키기 위해 마찬가지로 115억을 투자했다.

구단 입장에서 오르는 물가가 당연히 반갑진 않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액이 지금보다 더 오르기 전에 혹은 경쟁팀에 선수를 뺏기기 전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 손아섭. ⓒNC 다이노스

결국 NC가 손아섭까지 챙겨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사실 손아섭을 향한 시장의 평가는 박했다. 통산 타율은 3할2푼4리에 빛나는 교타자긴 하지만 눈에 띄게 떨어진 장타력이 발목을 잡았다. 소위 ‘똑딱이 타자’로 불리며 이번 외야수 시장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그럼에도 손아섭은 총액 64억원짜리 계약을 따냈다. 나성범 이동의 낙수효과가 미친 결과다. 나성범을 놓친 NC가 장타력을 포기하고 콘택트와 출루 위주로 타선의 기조를 바꾼 것. 그에 따라 NC는 적극적으로 손아섭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단 3일만에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직 황재균, 박병호, 정훈까지 총 3명의 FA가 남아있긴 하지만 KBO 구단들은 얼추 내년 시즌 구상을 마쳐가는 중이다. 사상 최대의 돈이 오간 역대급 스토브리그의 승자는 내년 시즌이 열려야 알 수 있다. 돈방석에 앉은 선수들이 그 값에 걸맞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각 팀의 2022시즌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