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민형배 탈당 꼼수’에 민주 의원들 잇따라 반기…검수완박 연대 깨지나

감투봉 2022. 4. 21. 16:47

‘민형배 탈당 꼼수’에 민주 의원들 잇따라 반기…검수완박 연대 깨지나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민형배 의원. /뉴스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민형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꼼수 탈당 사건을 계기로 검수완박 처리를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연대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수완박을 찬성하시는 국민들조차 이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저는 검찰개혁의 필요성,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우리의 검수완박을 향한 조급함은 너무나 우려스럽다. 바둑 격언에 묘수 3번이면 진다는 말이 있다. 비상식이 1번이면 묘수지만, 반복되는 비상식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처음에 정의당을 끌어들이려다 실패하고, 양향자 의원을 사보임했지만 실패하니, 이제는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 단계를 통과하려 한다”라며 “묘수가 아니라 꼼수다. 검수완박을 찬성하시는 국민들조차 이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라고 했다.

그는 “인사 내로남불, 위성정당, 보궐선거 출마 위한 당헌당규 개정 강행 등 다 상황논리가 있는 불가피한 일들이었지만 그 결과 우리는 대선을 졌다.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은 자승자박이 된다는 사실,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아닌가”라며 “축구는 간단한 규칙 몇 개로 인류를 감동시키고 재미를 준다. 규칙이 무너지면 난장판이 된다. 침대축구도 물론 가능하겠지만, 팬들은 거기에 경악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로 선을 넘지 않아야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라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는 민주당이 지금 선을 넘고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영원히 승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태도, 자제의 규범을 저버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려는 유혹에 굴복하는 순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무너지기 시작한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원내지도부는 우리 민주당을 진퇴양난의 좁은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라는 넓은 길로 돌아가시라.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소영 의원도 이날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어제 민 의원이 수사 기소 분리 법안의 신속 처리를 위해 우리 당을 탈당한다는 기사를 봤다. 근래 접한 어떤 뉴스보다도 놀랍고 당혹스러웠다”며 “이런 법안처리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편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며 용인해선 안 된다”라며 “비교섭 단체 의원들을 더 설득해 편법을 감행하지 않으면서 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더라도 그 길을 가는 것이 민주당이라 믿는다”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 당시) 위성정당에 대해 대선 기간 중 이재명 후보가 몇 번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았느냐”며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탈당까지 무리수를 감행하는지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실지 좀 두렵다”고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정치해서는 안 된다. 고민이 있었겠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어렵고 복잡할수록 원칙대로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국민께서 지켜보고 있다.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분별력 있게 하자”라고 했다.

검수완박에 반대한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라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이후 세대로서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우상들이 괴물이 되어 가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라고 했다.

민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서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회부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데 민 의원이 양 의원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국민의힘은 합법적 ‘의사 진행 지연’ 수단인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청할 수 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각 3인으로 구성된다.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 1명을 무소속에 주겠다며 민 의원으로 지정하면 조정위는 4대 2로 무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