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한국행→배앓이→데뷔전서 결승점. 28세 KBO 새내기의 버라이어티 한국 적응기 [인터뷰]
김영록 입력 2022. 06. 15. 05:51
수원구장에서 만난 앤서니 알포드. 김영록 기자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다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 아닐까. 지금은 주말보다 10배 정도 몸상태가 괜찮다."
주말 내내 배앓이에 시달렸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물갈이 증세가 겹친 것 같다고. 그래도 데뷔 첫 1군 경기를 앞둔 앤서니 알포드(KT 위즈)는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14일 수원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만난 알포드는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이날 수원 하늘은 낮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흐린 날씨. 하지만 알포드는 "지금 약간 긴장하고 있는데,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느낄 자연스러운 정도"라며 "사실 더운 것보다 이런 날씨를 선호한다. 비만 안 오면 좋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통했는지, 이날 예고됐던 비는 경기 진행과 무관한 짧은 이슬비에 그쳤다.
이강철 KT 감독은 "피렐라(삼성 라이온즈)와 비슷한 스타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렐라는 타율-출루율-장타율-OPS(출루율+장타율) 1위에 10홈런 40타점 6도루까지, 타격 전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열정 넘치는 주루플레이는 원래 피렐라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 감독은 알포드 역시 빠른 발과 뛰어난 베이스러닝을 갖춘 선수인 만큼 피렐라 같은 좋은 타격을 보여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앤서니 알포드. 사진제공=KT 위즈
KT는 지난달 26일 장기간 부상 이탈 중이던 헨리 라모스 대신 알포드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구단 측은 "수준급의 파워에 강한 어깨, 뛰어난 주력을 겸비한 선수"라고 소개한 바 있다.
대체 영입은 외국인 투수보단 타자의 경우 난이도가 더 높다는게 야구계의 서신이다. 투수는 자신의 구속과 구위, 제구 등을 가다듬으면 되는 반면, 타자는 결국 경기에 뛰면서 리그에 적응하고 실전 감각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입국한 알포드는 퓨처스에서 12타석을 소화하며 한국 야구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내 선구안을 점검하고, 볼을 맞추는 타이밍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엇보다 내 몸이 그라운드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수비, 주루, 스피드 등 여러 가지를 테스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확대된 KBO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원하는 공이 왔을 때 치는 능력이다. 투수보다는 내 타격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거포 일변도였던 과거의 성향과 다르게, 올해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중에는 유독 외야수가 많다.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피렐라(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해 소크라테스(KIA 타이거즈) 푸이그(키움 히어로즈) 피터스(롯데 자이언츠) 터크먼(한화 이글스) 마티니(NC 다이노스)는 외야수다. 내야수는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와 크론(SSG 랜더스), 가르시아(LG 트윈스) 3명 뿐이다.
"소크라테스와는 토론토 시절 4년간 함께 뛰었다. 한국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해서 주목했다. 또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명했던 선수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투수들이 어떻게 던지는지를 주의깊게 살폈다. 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앤서니 알포드. 사진제공=KT 위즈
KT에는 황재균, 박병호 등 미국 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이 많다. 외인들의 외로운 타지 생활에 공감해줄 선수들이다. 알포드는 "내가 미국에 있을 때도 외국에서 온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도 낯선 타국의 다른 언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데 꽤나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야구 뿐만 아니라 생활적인 부분에서 100% 동질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알포드는 '좋아하는 구종이나 코스가 있나'라는 질문에 슬며시 미소를 띄웠다. "한가운데 공을 좋아한다. 상대 투수에게 가운데로 던져달라고 전해달라. 한국에 온걸 환영하는 선물을 받고 싶다."
한가운데 직구는 오지 않았지만, 이날 알포드는 결정적 순간 활약하며 사령탑을 웃게 했다. 2-4로 뒤진 7회말 무사 1,3루에서 유격수쪽 깊은 내야안타로 데뷔 첫 안타와 첫 타점을 올렸다. 이어 희생플라이 상황에서 SSG의 홈송구가 뒤로 빠진 사이 기민하게 홈을 밟아 이날 팀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 득점까지 한몸에 누린 '복덩이'가 됐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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