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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재택치료 첫날.. 동네 병·의원 전화 빗발 곳곳 업무 마비

감투봉 2022. 2. 11. 04:37

셀프 재택치료 첫날.. 동네 병·의원 전화 빗발 곳곳 업무 마비

 

이형민,박민지,신용일 입력 2022. 02. 11. 04:03

 

준비 미흡 이유 들어 진료 거부도
의료상담센터 전화 안돼 혼란 가중
지역별 상담·처방 의료기관 수 편차

10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코로나 재택치료 대비 가정 상비약’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 방역당국이 재택치료 체계를 ‘셀프 재택치료’로 전환하면서 가정 상비약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현규 기자


코로나19 재택치료가 ‘셀프 관리’ 방식으로 전환된 첫날인 10일 전국 동네 병·의원들에는 전화 연락이 빗발쳐 진료는커녕 병원 연결조차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준비 미흡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곳도 나와 확진자 스스로의 진단·치료를 지원할 비대면 진료 체계가 첫 걸음부터 삐걱대는 상황이다.

이날 규모가 작은 동네 병·의원들은 의료진이 적어 일일이 확진자 연락을 받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국민일보가 서울 시내 7곳의 동네 병원에 재택치료자 전화 진료를 문의하자 “지금 바로 통화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병원 원장이 내원 환자를 진료 중이라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차례로 다시 연락하겠다”고 안내한 곳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이비인후과의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와 그 비용을 문의하는 전화가 늘어난 상태에서 재택치료자들의 전화 상담 요청까지 더해지면서 쉴 새 없이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적은 인력에 재택치료를 위한 확인 과정도 거쳐야 해 전화 연결은 수시로 지연됐다. 전화를 건 사람이 정말 코로나19 확진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는 토로도 나왔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의 한 병원 간호사는 “대면 진료라면 주민등록증 등을 통해 곧바로 확진자 신원 확인이 가능한데 통화만으로는 재차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조회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완료 시점이 불투명하다. 성남의 또 다른 병원 간호사는 “정부가 비대면 재택치료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참여 병원에 먼저 제공하지도 않고 (제도를) 시행하면서 일선 의료현장의 혼란만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전화상담·처방 가능 의료기관으로 공개된 곳 중 진료를 거부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 관악구의 한 내과의원은 전화 상담이 가능하냐는 문의에 “아직 도입을 하지 않았다. 원장님이 아직 재택치료자 전화를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답했다.

24시간 기초의료 상담을 제공하겠다며 마련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서울시립병원인 동부병원과 서남병원에 마련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2곳 모두 빗발치는 전화에 연결 자체가 어려웠다. 병원 관계자는 “쉴 틈도 없이 전화가 오고, 받지 못한 전화도 밀려있다”며 “처방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약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미열 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되는지 등을 안내하느라 통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화로 상담·처방이 가능한 의료기관의 숫자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것도 시정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비대면 치료 가능 동네 병·의원 수는 서울의 경우 호흡기전담클리닉 포함 387곳이었지만 경남과 세종은 확보된 병·의원이 각각 10곳, 6곳에 불과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이형민 박민지 신용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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