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비서동 멀다? 뛰어가면 30초”

감투봉 2022. 3. 17. 20:17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비서동 멀다? 뛰어가면 30초”

 
입력2022.03.17. 오전 11:11
 
 수정2022.03.17. 오전 11:25
정대연 기자

 

[경향신문]
동선 지적에 “1분 안에 대통령 뵐 수 있다”
“대통령 인사권에 왈가왈부 옳지 않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달 10일 오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참모회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현 정부를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몬 것에 대한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17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공공기관·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로,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인사 문제는 전날로 예정했던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회동 무산 이유로 거론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 등 인사와 관련한 질문에 “인사권은 분명하게 대통령이 가지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두 분(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기도 전에 서로의 참모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 자리(회동)를 편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청와대도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수석은 “5월9일까지 (문 대통령) 임기인데, 인사를 문 대통령이 하지 누가 하느냐. 문 대통령이 정해진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느냐. 그건 상식밖의 일”이라고 했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이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 이명박(MB)씨를 사면하지 않고) 남겨놓은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MB와 김 전 지사를) 같이 사면하리라 본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대통령이 결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두 분이 허심탄회하게 말씀하시도록 환경을 마련해드리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유로 현재 청와대의 동선이 비효율적이어서 소통이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그런 논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현재와 전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일하셨던 것 같은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과 집무실 거리를 없애기 위해 본관 근무를 마다하고 비서동으로 내려와 있다”며 “대통령이 찾으면 (참모가) 1분 안에 대통령을 뵐 수 있다”고 밝혔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긴 지 5년이 됐다”며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 이동시간을 확인했더니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헉헉”이라고 썼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 말을 비꼰 것이다. 앞서 김 대변인은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민보다 대통령에 더 집중된 구조다. 시민과의 소통에서 단절돼 있고 고립돼 있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