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졸업=교사’는 옛말…“임용시험 합격해도 백수”
입력 : 2022.04.13 09:35
교대에 입학만 하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해도 교단에 서지 못하는 ‘미발령자’가 늘고 있는데요. 2022년 전국 시·도교육청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의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생 전원이 발령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은 중∙고등학생이 선호하는 인기 직업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유일하게 방학이 있는 직업인 데다 정년이 보장돼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교대에는 늘 지원자가 몰렸는데, 이제 그 위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사 선발 인원도 크게 감소했고, 임용의 문도 좁아진 영향이 큽니다.
‘임용 적체’ 심각…학령인구 감소가 원인
최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2월 서울 지역에서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216명입니다. 하지만 군 복무로 임용 유예를 신청한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발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2021년 합격한 303명 중 54명도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이 모두 임용이 돼야 2022년 합격생도 성적순에 따라 발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 지역 합격자 207명 중 100명은 아직 발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경기 지역도 합격자 1407명 중 567명이 신규 임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신도시 개발에 따른 개교가 많아 신규 교원 선발 규모를 2021년 1148명보다 늘렸지만, 여전히 미발령자가 많이 있습니다.
어려운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1~2년을 기다려야 할만큼 ‘임용 적체’가 심각해진 것은 초등 교사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교대 정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공립 초등교사 신규 임용 인원은 2021년(303명) 대비 2022년(216명) 28.7%나 감소했습니다. 초등교사 합격자는 2018년 382명, 2019년 368명, 2020년 366명, 2021년 303명, 2022년 216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반해 교대 졸업자 수는 10년째 3500명대를 유지하다 보니,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2017학년도 2.1 대 1에서 2021년 역대 최고인 3.6 대 1까지 올랐습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출산율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신규 교사 선발 숫자에도 영향을 줍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2015년 출생아 수는 43만8000여명입니다. 그런데 3년 후인 2025년에 입학할 2018년 출생아 수는 32만7000명입니다. 25%나 줄어드는 셈입니다. 2028년에 입학하는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명에 불과합니다. 학급당 학생 수를 크게 줄이지 않는 한 교사 수요는 매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신규 임용은 기존 교사들의 은퇴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2022년 퇴직하는 전국 초등 교원 수는 2849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2022학년도 전국 초등 임용시험 합격자 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2021년 전국 교대 입학생은 3864명이기 때문에, 학급당 학생 수 조정이 없다면 매년 수백명의 초과 교원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흔들리는 ‘교육 대학’의 위상
교대에 가도 교사가 된다는 보장이 사라지자 교대 지원자도 줄고 있습니다. 광주교대는 2022년 수시 모집에서 66명의 미충원이 발생했습니다. 2년 전 미충원이 3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재학생 중도 탈락자 수도 지난 4년 사이 7명에서 32명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사유는 대부분 자퇴였습니다.
청주교대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 전만 해도 17명에 그쳤던 수시 미충원 인원이 2022년 72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재학생 중도탈락자 수도 2년 사이 14명에서 28명으로 2배로 늘었습니다.
교대생들은 초등 임용시험도 재수, 삼수를 통해 도전하는 데다 임용시험을 통과하고도 1~2년 가량 미발령 상태로 있다 보니 졸업 후 교단에 서기까지 3년은 기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졸업생 사이에서는 당장 생계를 걱정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기간제 자리를 찾아 나서는 예비교사들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2021년 국가교육통계센터의 '유·초·중등 직위별 교원 수 통계' 자료를 보면 2021년 전체 초등 교원 중 기간제 비율이 2017년과 비교해 3.5%에서 5%로 늘어났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의 임금 수준은?
‘임용 절벽’ 상황 속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나면 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입니다. 2021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1’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선생님의 초임은 OECD 평균보다 적지만, 15년차 교사는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사 급여에는 봉급뿐 아니라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돼기 때문입니다.
OECD 교육지표는 회원국 38개국, 비회원국 8개국 등 총 4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조사 기준 연도는 학생∙교원(2019~2020년), 재정(2018년), 등록금(2019년) 등 2018년부터 2020년까지입니다.
2020년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사의 초임은 3만3477달러(한화 약 4126만원)입니다. OECD 평균 3만4942달러(약 4307만원)보다 1465달러(약 180만원) 가량 적은 금액입니다. 이어 중학교 교사 초임은 3만3539달러(약 4134만원), 고등학교 교사 초임은 3만2800달러(약 4043만원)로 나타났습니다. 각각 OECD 평균보다 2577달러, 5011달러 적습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사의 경우 초∙중학교와 달리 교원 연구비 등 법정 수당으로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 있어 이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아 초∙중학교 교사보다 적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15년차 초등학교 교사의 법정급여는 5만9103달러(약 7286만원)로 나타났습니다. OECD 평균보다 1만1078달러(약 1366만원) 많았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는 각각 5만9165달러, 5만8426달러였습니다.
한편 교사들의 교육여건은 OECD 국가들보다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중∙고등학교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초등학교는 OECD 평균과 여전히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19년 기준 초등학교 16.6명, 중학교 13명, 고등학교 11.4명입니다. OECD 평균은 초등학교 14.5명, 중학교 13.1명, 고등학교 13명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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